[한국 제조업 4차 산업혁명 대응실태 조사] 응답자 60%는 위기의식 체감…대응 역량은 일반기계·전기전자·자동차 업종이 선두

게재월 | 2018 - 02 조회3535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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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의 2년에 걸친 연속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중견 제조업체들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력은 크게 향상됐으나 대응 수준은 2016년보다 오히려 후퇴했다.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하여 4차 산업혁명 대비에 착수한 기업은 2016년 24%였으나 2017년에는 22%로 줄어든 것이다. 이것은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과 대응 간에 심각한 괴리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한 대비착수 비율이 증가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한 결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력과 예상 영향에 대한 위기의식과 기대감 등은 대응 실천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신 기업 규모와 수출 비율, 업종 등이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사실은 국내 제조업이 과연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광풍처럼 몰아쳤지만, 정작 기업들의 대응은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여러 기관에서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대응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에서도 선행조사에서 지적한 우려들이 재확인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지도는 크게 향상되었는데 투자나 기술개발을 통한 대응 수준은 전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인식과 대응 간의 괴리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중견기업 규모 이상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KISVALUE에 수록된 외부감사법인 이상 기업들로서 매출과 고용 규모가 최소 500억원과 200명 이상인 기업들이다.


2016년 11월에 1차 조사하고, 응답한 기업만을 대상으로 2017년 10월에 2차 조사했다. 설문 응답업체 253개사 중 본 연구에서는 제조업체 160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분석대상 기업들은 매출 규모가 최소 1,000억원 이상, 최대 5조원 규모의 큰 기업들이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도 26개사가 포함돼 있으며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은 119개사이다. 그 나머지 15개사도 매출 1,000억원 이상의 큰 기업들이다.


이처럼 연구 분석 대상에는 중견기업이 4분의 3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들도 26개사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용어상 혼동을 피하기 위해 분석 대상 기업들을 ‘중견 제조업체’라고 부르기로 한다.


제조업 업종별 분석은 총 8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업체 수가 10개사에 미달하는 업종은 모두 하나로 통합했는데, 일반기계산업은 업체 수가 10개 미만이지만, 4차 산업혁명의 주력산업임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독립산업으로 분류했다.


4차 산업혁명 인지도와 대응 수준의 괴리현상


1. 인지도의 변화

인지도는 표1에서 보듯이 4항목으로 구분했다. 2016년에는 ‘전혀 모른다’와 ‘모른다’의 비율이 각각 3%, 16%를 차지했으나, 2017년에는 ‘전혀 모른다’는 기업들은 더 이상 없으며 ‘모른다’는 기업은 7%로 감소했다. 1년 동안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지도가 12%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그에 따라 2017년의 인지도는 95%로 상승했다. ‘모른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여하튼 거의 모든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언론과 각종 세미나 등을 통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 표 1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 인지도 변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알고 있다’는 기업의 비중은 13%포인트 증가한 데 반해, ‘매우 잘 알고 있다’는 기업의 비중은 오히려 1%포인트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 2016년에 생각했던 것보다 그 내용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면 별문제 없겠으나, 대대적인 홍보에 힘입은 보편적 인지도는 크게 증가한 반면 기업의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문적 인지도는 전혀 심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이 통계가 반영한 것이라면 우려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뒤에서 보듯이 인지도가 대응 수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잘 알고 있다’의 비율이 증가하지 못한 것은 주목할 점이다.


2. 대응 수준의 변화

대응 준비와 관련해서는 표2에서 보듯이 4항목으로 구분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투자 혹은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대비착수 항목을 비롯하여 계획수립, 무계획, 무관심 등으로 구성했다. 여기에서 초점은 당장의 대비착수이다. 주목할 점은 대비착수의 비중이 2016년에 비해 오히려 2%포인트나 감소하여 24%에서 22%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 표 2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 대응 수준의 변화


구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투자를 확대하거나 기술개발을 강화해야 할 중견 제조업체들이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비착수에 계획수립을 포함하더라도 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무관심이 1%포인트 증가했고 무계획의 비중은 40%로 변동이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에서 살펴본 인지도의 변화와 현저하게 다른 양상이다.


대비착수 기업이 감소했다는 것은 기업들이 당장 대응하기보다는 관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을 반영한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 추세 속에서의 관망세 증가는 문제 현상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원인은 상당히 다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각도의 심도 있는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혁신능력이 없고 혁신 의사가 없는 기업으로서 상황에 맞게 합리적 판단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로젠버그가 지적하듯이 산업혁명 시기는 획기적인 기술변화가 진행되는 기술 유동기로서 혁신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후발자의 우위에 안주하고 모방과 추격의 틀에 갇혀있는 기업의 경우 혁신적 행태가 필요한 시기에 관망세로 돌아서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 수도 있다. 이 예는 중견 제조업체들의 관망세 현상을 홍보 부족이나 CEO의 무지 등과 같은 간단한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여하튼 관망세 현상은 4차 산업혁명의 성격과 진행속도를 고려할 때 빠른 시간 내에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본 연구에서는 실태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이 현상이 어떻게 성립되었는가를 분석해보기로 한다.


실태조사의 주요 특징


1.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력

4차 산업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라 그 내용을 뭐라고 규정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지금까지의 전개 과정을 고려할 때 데이터 기반 시스템 혁신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는 인더스트리4.0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조차 기업마다 큰 편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통적인 시각에서 해석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표3에서 보듯이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기 위한 중점 추진 과제에 대한 질문에서 기업들은 다양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생산의 유연성 확보를 비롯해서 모든 과제가 4차 산업혁명 추진에 필요한 과제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프로세스 혁신’이다. 이에 대한 응답은 1순위 기존으로 2016년 17%에서 2017년 21%로 4%포인트 증가했다. 2순위 응답까지 포함한 복수응답 기준으로는 22%에서 24%로 2%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1년간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력이 상당히 개선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중견제조업체의 5분의 1 또는 4분의 1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에 근접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 표 3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력 변화 (단위 : %, %포인트)


2. 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대한 예상

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대한 기업들의 체감은 크게 위기 측면과 기회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위기의식을 체감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2016년에는 반반 정도였는데, 2017년에는 위기의식을 체감하는 쪽으로 크게 변하였다.


2017년에 위기의식을 매우 심각하게 체감하는 기업은 4%, 보통 체감하는 기업은 56%로 합계 60%의 기업이 위기를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력이 증가하면서 현상유지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기 곤란하다고 기업들이 판단할 결과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회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위기의식과 마찬가지로 크게 증가했다. 4차 산업혁명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느끼는 기업은 2016년 35%에서 2017년 45%로 10%포인트 증가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위기의식을 체감하는 기업들이 동시에 기회포착 가능성도 더 크게 본다는 사실이다.


2017년 위기의식 체감기업 그룹별로 기회포착 가능성 분포를 살펴보면, 위기의식을 체감하는 기업들이 느끼는 기회 가능성이 위기의식을 체감하지 못하는 기업들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위기의식을 가장 심하게 체감하는 기업 중 67%가 기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보통 수준의 위기의식을 느끼는 기업은 52%,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기업은 33%로 나타난다.


▲ 표 4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의 위기의식 수준 변화


3. 4차 산업혁명 정보활동

정보활동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활동이다.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며 전략수립을 위한 자료를 준비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계속 발전하는 추세로서 정보활동 없이는 결코 대응을 적절하게 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정보활동은 기업들이 역점을 두어야 할 현 시점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파악과 대응을 위한 기업들의 정보활동 실태를 살펴보면, ‘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2016년 43%에서 2017년 39%로 4%포인트 감소했고,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기업은 3%에서 9%로 5%포인트 증가했다. 추세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도 39%의 중견 제조업체들이 정보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기업이 빠른 시간 내에 두 자릿수 이상으로 증가하고 20%대로 진입해야 할 것이다.


4. 신기술 도입 현황

표2에서 살펴본 대응준비와 같은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신기술인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기계학습,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도입 및 활용 실태를 설문했다. 표 5에서 보듯이 중견 제조업체들이 현재 활용 중이거나 도입 중인 신기술은 사물인터넷 11%, 빅데이터 8%, 클라우드 8%, 인공지능 기계학습 3%로 나타난다. 사물인터넷의 보급·활용률이 가장 높고 인공지능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 표 5 2017년 신기술 도입 현황 (단위 : %)


표2의 대비착수 비율과 비교해보면 신기술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인 기업들은 10~20%대이며, 필요하지만 도입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40%대를 차지하며 필요 없다고 하는 기업도 20~40%대를 차지한다.


주지하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들 신기술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당장 도입하지 않더라도 신기술이 기업혁신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검토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현 상태에서는 막상 신기술들을 도입하려고 해도 얼마나 가치를 실현할지도 미지수고 기술적으로나 인력 면에서 도입에 많은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도입계획이 없거나 필요 없다고 하는 70~80%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나 공공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기술의 활용현황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업종 간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 사물인터넷의 경우 일반기계산업이 44%의 도입·활용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기전자(20%), 식품제조(16%)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빅데이터는 비금속광물, 일반기계, 식품제조, 전기전자, 화학공업 등에서 10% 초반의 도입·활용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기계학습의 경우 도입·활용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는 비금속 광물 8%, 식품제조와 전기전자가 각 5%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 화학공업 20%, 식품제조 11%인 것으로 나타난다.


5. 업종별 비교

앞에서 살펴본 주요 지표들을 업종별로 비교해 보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사한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인식수준과 관련하여 인지도와 이해력을 살펴보면 한두 개 업종만 예외적인 상태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인지도의 경우 1차 금속과 전기전자가 85%대의 낮은 인지도를 나타내고 있을 뿐 그 외의 업종은 모두 90%대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력은 1순위 응답 기준으로 일반기계가 33%로서 가장 높은 반면, 식품제조와 전기전자, 1차 금속은 10%대의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 외의 업종들은 모두 23~25%대에 몰려 있다.


예상 영향과 관련하여 위기의식과 기회 가능성을 살펴보면 1차 금속이 특히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위기의식의 경우 자동차가 69%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기회 가능성에서는 일반기계가 89%로서 월등하게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활발하게 하고 있다’를 조사한 정보활동의 경우 전기전자와 1차 금속이 15%대의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대응준비와 관련해서는 일반기계와 전기전자가 3~40%대의 높은 대비착수 비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신기술장비의 경우에도 일반기계와 전기전자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전자의 경우 다른 업종들과는 달리 인식수준에서는 낮은 수준을 나타내지만 대응준비에서는 선두권에 있다는 것이다. 대비착수 비율에서는 일반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등 3개 업종이 다른 업종들과는 큰 격차를 나타내면서 트로이카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점이다.


▲ 그림 1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업종별 도입 및 활용 현황


대응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분석


1. 분석방법론

앞에서 살펴본 지표들은 토대로 대응 준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종속변수인 대응준비와 관련해서는 대비착수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표 2에서 보았듯이 대비착수 비율은 2017년 제조업 평균 22%이며 2016년에 비해 2%포인트 감소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수행하는 대비착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다양하겠지만, 여기에서는 행태변화론을 참조하여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업의 인식, 영향 예상, 대응 역량과 특징 등 4개 그룹으로 한정한다.


분석방법으로는 각 요인과 대비착수의 상관관계 여부를 분석하는 일원적 분산분석을 이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특정 요인이 대비착수에 유의한 차별화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검토할 것이다.


독립변수 지표 선정은 해당 지표가 대비착수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예를 들어, 인지도 지표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을 ‘잘 안다, 안다, 모른다’ 등 세 그룹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잘 안다’ 그룹이 다른 두 그룹과 달리 대비착수에 유의한 차별적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어 이를 지표로 선정했다.


기업역량과 관련해서는 규모, 정보화 조직, 생산성 수준과 활동 등을 선정했다. 기업 특징과 관련해서는 혁신성, 업종, 제품 특징, 수출 여부, 주고객 등을 주요 지표로 선정했다. 혁신성과 관련해서는 정보활동을 대리변수로 선정했다. 정보활동은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활동으로서 혁신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2. 분석 결과

각 지표를 분석한 결과 대비착수 변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는 전체 13개 지표 중 기업역량 그룹에서 규모, 기업 특징 그룹에서 혁신성의 대리변수로 사용된 정보활동과 업종, 수출 등 총 4개 지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규모의 경우 매출액이 큰 그룹이 작은 그룹에 비해 대비착수에 5% 유의수준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출의 경우에는 수출 비중이 10%를 웃도는 수출기업과 혼합시장 기업이 내수기업에 비해 5% 유의수준에서 대비착수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의 경우에는 모든 업종이 동일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귀무가설을 5% 유의수준에서 기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활동의 경우에는 정보활동을 하는 두 그룹이 정보활동을 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1% 유의수준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그 이외에 변수들은 모든 그룹이 동일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귀무가설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기각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진 그룹이 위기의식이 전혀 없는 그룹과 차별화되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을 가진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과 대비착수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정보화 조직이 잘 되어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대비착수에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예상외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계된 변수 중에는 정보활동이 유일하게 대비착수에 영향을 미쳤을 뿐이다.


이론적으로 위기의식이 크거나 기회 가능성이 크면 대비착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결국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실행력인 대비착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변수들과는 무관하게 결정되어 온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대비착수에 영향을 미친 규모, 수출, 업종 등 세 변수는 한국 제조업의 발전을 특징짓는 변수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전자, 자동차 등에 속한 수출 지향적인 대규모 기업이 결국, 4차 산업혁명 대비에서도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을 안다고 했거나 제대로 이해한다고 했어도,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갖거나 새로운 기회가 있겠다고 판단한 기업도 결국 투자나 기술개발 등 대응에 필요한 활동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이 개인화된 생산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소비재와 다품종 생산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대비착수에 나섰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이처럼 이론적으로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 4차 산업혁명 관련 변수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기업들이 인식하는 각 변수의 질적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즉, 말로는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행동으로 옮길 정도의 깊이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내 4차 산업혁명 논의와 흐름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책적 시사점


1. 기업 관점의 전문적 인식제고 필요

중견 제조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대응책 수립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업들이 스스로 대응책을 찾아야겠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업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다. 표 1에서 ‘매우 잘 알고 있다’는 비율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실태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기업들의 인식수준은 전략적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년 동안 보편적 인지도 제고가 이루어졌다면 지금부터는 가치지향형 4차 산업혁명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며, 기업들의 수익·성장·안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전문적’ 인식 제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협회, 전문가 집단이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의 논리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와 더불어 기업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와 관련 전략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2. ‌분야별 실증사업 착수 및 중견 제조업체들의 집단적 협력 유도

실태조사 결과 나타난 기업들의 인식과 행동의 괴리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래된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수 기업이 참여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실증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미국은 2013년 ‘스마트 아메리카 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조업, 교통, 의료 등 8개 분야의 실증사업을 추진했으며, 독일은 ‘It's OWL’ 프로젝트, 일본은 산업 분야별 프로그램을 수립, 분야별로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혜택을 많은 기업이 기술 파급 효과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개인화 생산을 비롯하여 4차 산업혁명의 여러 효과들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은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개별 기업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데이터 기반 시스템 혁신이 그만큼 어렵고 많은 시행착오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태조사 결과에서와 같이 4차 산업혁명 대비 투자와 기술개발을 현재와 같은 규모·수출·업종 삼각요인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구조로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는 중견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4차 산업혁명 대처를 유도하는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에서 추진하고 있는 실증사업과 협업 시스템을 참고하여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 대응 집단 협업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중견 제조업체의 경우 30%가 넘는 기업이 수출 10% 미만의 내수 위주 경영을 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4차 산업혁명의 신사업 분야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혁신적 기업가 정신의 고양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3. ‌일반기계·전기전자·자동차 트로이카 산업의 성장견인차 역할 촉진

일반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3업종은 대응역량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글로벌 강자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것을 밀어라’라는 웰즈의 경구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의 선도그룹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재정 지원보다는 기업이 불편을 호소하는 것에 귀 기울여 주는 상시 소통 채널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정부는 기업들이 원하는 규제개혁 요구를 충분히 전달받고 과감하게 규제개혁을 추진하여 이들의 족쇄를 풀어주고 활동 폭을 확대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관 소통 채널을 상설화함으로써 언제라도 불합리한 제조와 규제를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기업에 줄 수 있어야 한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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